보도

남북평양공동선언 2년, 한반도 종전-평화 캠페인 집중행동주간 선포 기자회견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 백낙청 공동대표의 ‘캠페인 집중행동주간 선포 기자회견’ 발언 전문
(2020.9.13. 참여연대 아름드리홀)

여러분 반갑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한다면, 저는 이런 자리에 나오는 것이 굉장히 오랜만입니다. 서명하는 데 이름만 올리고, 또는 기자회견에서 얼굴만 내밀고, 실질적인 일을 별로 안 하는 것은 자제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또 일반적으로 서명운동의 효과에 대해서 좀 회의적이었던 면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서 우리 한국만이 아니고 전세계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대대적인 서명운동을 벌여보자 하는 것은 새로운 발상이고 이것은 효과가 어찌됐든 해볼 만하다고 판단해서 미력이나마 돕고자 하는 생각입니다.

사실 한반도 평화협정은 휴전협정을 맺으면서 곧바로 하게 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1954년에 제네바에서 회담까지 열렸더랬습니다, 평화협정을 만들기 위한. 그런데 그때 물론 결렬이 되어서 안 됐고, 근년에 와서 곧 될 것 같은 기회가 몇번 있었습니다만, 번번이 안 됐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왜 70년 가깝도록 한반도 평화협정이 안 되고 있느냐 하는 데 대해서 인식의 전환이랄까, 어떤 좀더 새롭고 깊은 공부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한반도 전쟁위협을 많이 이야기하고 또 실제로 전쟁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재발할 확률은 결코 높지 않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대신에 전쟁발발도 아니고 평화도 아니고 전쟁위협만이 계속되면서 어떤 면에서는 그런 전쟁위협을 먹고 살아가는 그런 세월이 7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왜 그럴까 생각할 때, 물론 외세의 책임이 큽니다만 모든 것을 외세로 돌리는 것도 현실을 단순화하는 이야기고, 우리 정부가 제대로 뭘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정부의 무능력과 수동성을 탓하는 것도 어느 일면밖에 설명을 못할 것이고, 북측 정권에도 문제점이 많습니다만 평화협정이 오로지 북의 핵무장 때문에 안 되고, 북의 비핵화만 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하는 발상도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고 사태를 왜곡하는 인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분단체제라는 말을 씁니다만, 한반도에서 이런 현실이 오래 지속되는 원인은, 한편으로 실제로 전쟁재발 위험은 크지 않으면서 전쟁위협이 끊임없이 남아 있는 이런 세상을 너무너무 좋아하고 즐기는 소수의 세력이 있고, 동시에 그들뿐만 아니라, 이런 현실을 썩 좋아하진 않지만 거기에 길들여져서 꽤나 편안해서, 다른 생각을 안 하려는 다수,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알게모르게 가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현실에 대한 깊이있는 분석과 이런 삶을 우리가 어떻게 근본적으로 바꿀까 하는 그런 전환이 없으면 우리가 1억명의 서명을 받아도 평화협정은 안 될 것이고, 반면에 그런 전환이 일찍 일어난다면, 3년 후 정전협정 70주년이 되는 해 이전에도 평화협정을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이번 서명운동의 시작이 동시에 우리의 그런 한층 깊은 공부와 우리 삶에서의 큰 전환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