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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대학과 인문학에 대한 도전적인 칼럼

김우재 박사는 그의 한겨레 칼럼에 ‘초파리유전학자’라고 소개되었는데 캐나다 오타와대학의 교수이기도 하다고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모르는 분이고 더구나 ‘초파리유전학’에 대해 저는 깡무식입니다. 다만 어제 칼럼은 오늘의 대학과 교수들 그리고 인문학에 대해 매우 도전적인 발언을 담고 있어 여러분과 함께 읽고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대학은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가장 변화에 게으르고 무책임한 조직이다. … 교수란 직업 또한, 가장 게으르고 무책임한 전문직이 된 지 오래다.”

“대학은 원래 학문을 탐구하는 곳으로 시작되었고, 그 본질을 지키면서 사상의 자유를 통해 사회의 변화를 추동해온 장소였다. 하지만 이제 대학은 더 이상 그런 곳이 아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대학은 취업을 위한 관문으로 전락했다. 대학이 그렇게 변질된 이유는, 대학이 학벌이라는 계급체제를 유지시키는 역할의 중심부가 되었기 때문이다. 세습자본주의 사회에서 실력으로만 사람을 평가한다는 말은 대부분 허구다. 대학은 자본을 세습하는 하나의 통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저도 오랫동안 대학에 있었고 지금도 모대학 명예교수라는 직함을 사용하곤 합니다만, 위와 같은 진단에 깊이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디지털 수업이 정착해가면서 인문학도들의 분발과 필요할 경우 대학으로부터의 탈출을 마다 않아야 할 고비에 이르렀음을 지적합니다.

“어차피 대학이 상징처럼 지켜온 인문학은 이미 대학에서 고사 중이었다. 오래전부터 국내 학자들이 떠들어온 인문학의 위기란, 기껏해야 대학 인문학의 위기였을 뿐이고, 그조차도 자세히 파헤치면 대학 인문학 교수들의 일자리 위기였을 뿐이다. 인문학 교수들의 위기가 인문학의 위기와 동치될 수 없다. 인문학 교수들이 사라져도, 인문학은 인터넷으로 이전된 수많은 텍스트들 속에서 얼마든지 연구되고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인문학은 대학이라는 물리적 체제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물론 그는 모든 인문학자더러 대학을 떠나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대학에 머물고 싶다면, 인문학은 사활을 걸고 변질된 대학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고, “부디 인문학자들의 건투를 빈다”는 문장으로 끝맺습니다.

대학교수직을 아예 버리고 밖에 나가 더 훌륭한 인문학적 업적을 남긴 예로 지난주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을 들 수 있습니다. 생태주의자이자 민주주의자로서의 그의 활약은 자신이 항상 강조하던 인문정신과 ‘시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고 그렇기에 <녹색평론>이 우리 사회의 그토록 중요한 자산이 되었던 것입니다.

다른 한편 모든 인문학도가 대학을 떠나야 하는 것은 아니고 대학 바깥에서 김종철 발행인과 같은 역할을 아무나 해낼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대학은 아무리 망가졌어도 나라의 엄청난 자원이 투입된 기관이고 무엇보다 젊은이들과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현장입니다. 부득이 밀려날 때까지 살아남아 변질된 대학과 “사활을 걸고” 싸우는 인문학자들이 여전히 필요합니다. 다만 이 싸움은 세상 전체가 크게 바뀌기 전에는 이기기 힘든 싸움인 점을 냉철히 인식하고, 제가 이따금 강조하는 ‘게릴라식’ 전법을 구사하는 것이 현명하며 대학 안팎에서의 활동을 결합하는 실험을 멈추지 말아야 하리라고 봅니다.

 

202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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