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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민주당이 한국당을 벤치마킹해서…”

민주당이 한국당(지금은 미통당인가요?)을 벤치마킹해서 비례위성정당을 만드느니 어쩌느니 하며 추태를 부리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자유한국당의 꼼수를 비판했던 <한겨례> 같은 데서 사설이라도 하나 쓸 법하건만 아직껏 못 보았습니다. 그나마 오늘 <한겨레>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난에 이세영 정치팀 데스크가 한마디 했군요. (서영지기자도 “민주당 핵심까지 비례당 저울질…번지는 쓴소리”라는 기사를 썼고요.)

초조와 오만이 겹치면 온갖 저 죽을 꾀가 나오게 마련이지요. 민주당이 지금 하는 짓이 딱 그렇습니다. ‘초조’는 매사에 민주당을 중심에 두는 잘못된 프레임에서 오고, ‘오만’은 실제로 이 나라 적폐의 상당부분을 내장하고 있는 정당이 ‘촛불’의 열매만 따먹으면서 아무런 참회도 안한 데서 오는 것입니다.

물론 미래통합당이 제1당이 된다면 민주당뿐 아니라 전체 개혁세력이 위기에 처할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보십시다.

1. 미통당이 총선에서 제1당이 되면 국회의장도 내줘야 한다고 걱정들 하는데 총선에서 미통당 자체가 최대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비례 당선자가 한 명도 없는 당이 5, 6석의 비례대표 의원이라도 추가된 민주당보다 더 많은 의석을 가지리라는 예측은, 민주당이 자충수를 연발해서 지역구에서마저 ‘폭망’했을 경우에나 성립합니다.

2. 선거 이후 비례한국당과의 통합이라는 ‘인위적 정계개편’을 거쳐서 제1당이 될 수는 있지요. 하지만 그걸 갖고 의장직을 차지해야 한다고 고집할 명분은 없습니다. 어차피 국회법에는 무기명투표로 재적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받는 사람이 의장이 된다는 규정밖에 없는데, 미통당과 비한당이 인위적 정계개편을 하는 동안 민주당은 개혁우호세력과 덜 인위적인 원내 연대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겠지요. 이들이 모두 합해도 과반수가 안 되는 참상이 벌어지는 사태는 민주당 스스로 만들지 않고는 어려울 거예요.

3. ‘의병’ 운운하지만 원래 의병은 벼슬 하자고 나오는 집단이 아닙니다. 위성정당 만들려면 자유한국당 식으로 처음부터 ‘의병’이 아닌 위장 계열사(본사에서 경영하면서도 법적인 책임은 없다고 잡아떼는, 우리 사회에 흔한 기업행태)로 만들어야지요. 여기저기서 ‘의병’이 나와서 제각기 후보를 내다보면 개인적인 야심이 작용하는 경우도 있게 마련이고, 민주당 인사를 대거 당선시키겠다는 애초의 의도가 관철되기 어렵습니다.

4. 굳이 ‘의병’을 모집하려면 위성정당을 만들기보다, 열성지지자들이 여기저기서 자발적인 모임을 만들어서 미래한국당 당선자 수를 어떻게 줄일지 토론해서 결정하는 게 낫습니다. 이때 간단한 셈법만 동원해도, 민주당 비례대표 한두 명 더 당선시킬 표수면 우호정당의 의석수를 10석 이상 늘려줄 수 있고 원외정당의 국회입성을 성취할 수도 있습니다. 내 한표의 ‘가성비’가 그만큼 높은 거지요. 그러나 어느 한 당에만 몰아주자는 결정은 쉽지 않을 것이며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완전히 개인의 결단에 맡기기보다 각각의 의병부대 단위로 행동하는 게 좋겠지요. 이것도 민주주의 훈련의 일부입니다.

5. ‘진보진영 원로’라는 분들이 제안한 ‘선거연합 정당’은 물론 민주당이 만드는 꼼수 정당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하지만 현실성이 별로 없는 제안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만들 거면 선거법 개정이 되자마자 협의를 시작했어야지요. 그러나 그때는 코로나 사태도 없었고 민주당은 마냥 느긋하기만 했지요. 그러다가 이제 와서 군소정당들한테 ‘우리가 비례대표를 좀 많이 차지해야겠으니 개정선거법상 당신들이 획득할 것으로 기대되는 의석 일부를 넘겨다오’라고 한다면 얼마나 통할까요?

냉정을 되찾아 지역구선거에서 민주당의 선전과 정당명부제 투표에서 우호세력의 약진을 위한 전략을 마련할 때라 봅니다. 그 전에 참회부터들 좀 하시고요.

 

202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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