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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도시의 소작인’

‘도시의 소작인’. 딱 맞는 표현이군요.
나는 ‘자영업자’라는 범주가 모호하고 별로 과학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맑스주의는 전통적으로 생산수단 소유 여부를 기준으로 자본가와 노동계급을 구분해왔는데, 그런 기준으로 도시의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생산수단을 소유는 하고 있지만 무산자들과 크게 다를 바 없고 항상 무산자계급(즉 노동계급)으로 전락할 위험에 놓인 ‘소부르주아지’로 분류되는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각종 부채의 노예로 살아가는 오늘날 상당수 자영업자는 노조 등을 통해 안정적인 직장이 보장된 대기업의 노동자들보다 훨씬 열악하고 위태로운 생활을 하고 있지요. 그런데 가령 음식업자가 주방기구와 설비 등을 소유하고 있다 해도 더욱 중요한 생산수단인 업소공간을 임대하고 임대료 내기 위해 자기 노임을 깎아먹어야 한다면 그를 ‘생산수단의 소유자’로 보는 게 정확할까요?
그런 고민을 (관련이론을 섭렵하지 못한 과문한 상태로) 혼자 해왔는데, ‘도시의 소작인’ 개념은 오늘날의 영세자영업자가 초기 자본주의의 소생산자도 아니고 오히려 현단계 자본주의의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보다 훨씬 못한, 전근대적 ‘소작인’ 범주–때로는 옛날의 소작인들보다 살기가 고달픈 특이한 존재–로 인식하는 길을 열어주는 것 같습니다.

 

202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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