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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제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고마운 글”

졸저에 대한 추천사 하나만 더 공유하겠습니다. 제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고마운 글입니다. 고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이 출간을 전제로 쓴 아마도 마지막 글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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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글

나는 대학생 때 백낙청 선생님의 로런스 강의를 두 학기 들었다. 그 강의를 통해서 발견한 로런스는 내가 고교시절에 읽었던 그 작가가 아니었다. 로런스는 근대 산업문명과 온몸으로 맞서서 싸운 사상적 거인이었다. 그 점을 어렴풋이나마 깨닫기까지는 백선생님 특유의 엄격하고 치밀한 텍스트 읽기에 학생들도 동참해야 했는데, 그 덕분에 나를 포함한 수강생들의 고통과 시련이 컸다.

그후 50여년이 지난 지금, 나는 선생님의 신작을 보고 있다. 누구든 일별하면 곧 짐작하겠지만, 이 책은 엄청난 공력을 들인 저서이다. 남들은 회고록을 쓰기도 벅찰 팔순의 고령에 이런 대작을 내놓을 수 있는 정신력이 그저 놀랍다고 할 수밖에 없다. 1970, 80년대라는 정치적 암흑기와 그 이후 지금까지, 한국의 비판적 지식인들의 보루였던 『창작과비평』을 거점으로 백낙청은 민족문학론과 리얼리즘론, 분단체제론, 그리고 그때그때의 상황에서 필요한 화두를 우리 논단과 지식사회에 끊임없이 던지는 일을 계속해왔다. 그리하여 대체 이 왕성한 지적 이론적 작업의 사상적 토대와 그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내 생각에, 그 해답은 상당부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로런스’야말로 백낙청 자신의 평생의 화두였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즉, ‘근대를 어떻게 이해하고 동시에 극복할 것인가’라는 선생의 일생에 걸친 사상적 탐구과정에서 로런스는, 말하자면 ‘베이스캠프’였던 것이다. 로런스의 텍스트를 정밀하게 읽고, 로런스와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백낙청은 자신의 사상을 단련해왔고, 그것을 ‘개벽사상’이라는 이름으로 요약한 결산보고가 바로 이 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은 로런스에 관한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매우 독특한 연구서이면서, 동시에 저자 자신의 문학 정치 사회사상을 집약하고 있는 저술이기도 하다. 로런스를 깊이있게 들여다보고자 하는 사람은 물론,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지식사회의 가장 지성적인 양심을 대변해온 한 사상적 거인의 진면목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은, 인내심을 갖고 꼼꼼히 읽는다면, 이 책에서실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김종철•『녹색평론』 발행인, 전 영남대 교수, 영문학

 

202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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