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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한미정상회담 이후

김동엽 교수는 남북관계 발전을 적극 지지하면서도 섣부른 낙관을 늘상 경계해온 분입니다. 불행히도 지난 두어 해 동안 낙관론보다 그의 경고가 적중한 사례가 훨씬 많았습니다.

그런 김교수가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두고 “상호 윈윈(Win-Win)한 정상회담”이라고 했으니 문재인 대통령도 흡족해하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경종 울리기를 잊지 않습니다.

“성과가 많은 정상회담이니 성공이냐 실패냐 평가하기에 고려해야 할 것들이 더더욱 많다. 오히려 그 성과와 자랑에 불편해할 쪽도 있다. 남북관계와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안보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후속 조치와 노력이 절실하다. 한·미 정상이 한마음으로 던진 메시지만으로 이제 공은 북한에 넘어간 것이라며 기다려서는 안 된다. 이대로라면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도 기대하기 어렵다. … 1년 후 아니 어쩌면 한 달 후 지금의 한·미 정상회담 평가가 다르지 않기를 희망한다.”

저는 “후속 조치와 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에 특히 공감하며 후속조치를 당국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라는 말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물론 외교와 안보 문제는 일반시민들이 직접 개입할 여지가 크지 않습니다만, 우리 자신이 우리 사회의 제반문제에 어떤 자세로 임하느냐에 따라 상당히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 ‘촛불시대’의 특징이라 믿습니다.

이번 회담의 성과로 ‘한미동맹 강화와 확대’가 꼽히는 데 대해서도 김교수는 경계심을 보입니다. 그런데 저는 한미동맹을 아예 깨버릴 것이 아니라면, 군사적 예속관계를 ‘동맹’으로 치장해온 이제까지의 한미군사동맹을 국방과 안보의 영역을 넘어 경제와 보건, 문화, 기후위기 대응 등의 분야로 넓혀 나가는 것이 긴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군사적 종속이 남아 있는한 얼마나 진정한 동맹관계로 발전할지 미심쩍긴 하지만 어쨌든 이번 회담이 동맹관계의 정상화를 추진할 여지를 조금은 열었다고 봅니다.

군사적 예속 탈피를 위해서는 전시작전권 환수가 필수적이지요. 그러나 ‘임기내 전작권 환수’에 너무 집착해서 ‘전작권 환수에 필요한 한미군사훈련’을 거듭하기보다는 남북관계 개선에 치중하는 게 나을 겁니다. 9.19군사합의(2018년 평양)의 복원과 이행이야말로 우리의 군사주권을 키워가는 최선의 길일 테니까요.

문외한의 추측입니다만, 이번의 한미합의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옳은지도 지켜볼 일인 듯합니다.

김교수가 결론에서 <러브 액츄얼리>라는 영화에 나오는 영국 총리의 대사에 빗대어, “촛불의 힘이 만든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대한민국은 작지만 위대한 나라입니다. 한글과 세종대왕, BTS, <기생충>의 봉준호, <미나리>의 윤여정, 류현진의 왼손과 손흥민의 양발이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가장 자랑스러운 촛불시민을 가진 나라입니다’라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진정한 용기를 내는 영화의 한 장면”을 그려보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물론 김교수 자신이 정상회담에서 문자 그대로 그런 발언이 나왔기를 기대했다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마음속으로 그런 생각조차 안했으리라고 단정할 필요가 있을까요? 저는 그랬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다만 그와 동시에 대통령이, “그런 나라에서 노동현장에서의 치명적인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자살율, 특히 노인 자살율이 세계 최고이며, 아직도 특권과 반칙이 난무하고 있다는 데 저는 심한 부끄러움을 느낍니다”라고 (역시 마음속으로) 말씀하셨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입니다.

202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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