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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4.15총선을 앞두고…”

4.15총선을 앞두고 <창비주간논평>은 두개의 칼럼을 잇달아 내보냈습니다. 먼저 나간 것이 “4.15총선, 누구를 어떻게 심판할까”라는 제 글이었고(2020.4.1.), 이어서 강경석 평론가의 “총선 승리 이상의 것”(4.8)이 나갔습니다. 둘다 제가 이 공간에 링크하기도 했습니다. 두 글이 모두 양대 정당에 의한 위성정당 창당으로 선거판이 혼탁해진 점을 비판하면서도 최종 결과에 대해서는 희망적인 관측을 했지요.

지난주에 총선결과를 보고 나서 쓴 세번째 논평이 이남주 교수의 “21대 총선과 촛불혁명의 새로운 국면”입니다. 앞의 두편과 마찬가지로 ‘촛불혁명’이라는 화두를 붙들고 있습니다. 지난 연말의 신년칼럼(“촛불혁명이라는 화두”)에서 제가 촉구했던 바이기도 하지요.

이남주 교수는 “이번 선거도 촛불혁명이 우리 사회를 얼마나 많이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확인시켜주었다. 우선, 재난긴급생활비나 기본소득 논의가 주요 의제로 등장하는 등 사회경제적 의제가 뚜렷하게 확장되었다. 이는 코로나19에 의해 촉발된 의제이기는 하지만 촛불혁명 시기 우리 사회의 대전환을 지향하는 여러 논의가 축적된 결과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이들 의제의 논의는 재난에 대한 수습을 넘어 새로운 사회경제적 제도의 구축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한 총선을 평가할 때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지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수구적 보수의 영향력을 결정적으로 약화시킨 면도 주목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레드콤플렉스는 그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지적합니다.

이어서, “이번 선거를 계기로 촛불혁명의 새로운 국면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변화를 아직 이론적으로 잘 포착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현실을 자신이 알고 있는 기존 프레임에 끼워 맞추는 식의 사고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언어를 초과하는 현실에 더 겸허해지고 거기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해가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에 따라 어떤 위치에 있든지 그에 걸맞은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아니면 역사 흐름에서 도태될지가 결정될 것이다”라고 결론짓고 있지요.

여러분께 일독을 권하면서 두어 가지 제 생각을 덧붙입니다.

첫머리에 이교수는 “지난주 21대 총선결과에 대한 호불호는 정치적 위치에 따라 분명하게 나뉘었지만 내용적으로 모두를 당혹스럽게 했다”고 말하는데, 약간은 시민운동의 관점에 너무 치중된 발언 같습니다. 민주당과 민주당의 대다수 열성지지자들은 ‘당혹’은커녕 ‘환호작약’했고, 일반 국민들도 미통당의 참패를 보면서 일단은 후련하고 통쾌한 감정이 앞섰을 거예요. (저부터 그랬으니까요.^^)

물론 ‘민주당 국회’가 아닌 ‘촛불국회’가 목표인 사람들에게는–저도 그 중 하나입니다만–당혹감도 없지 않습니다. 촛불국회를 위해서는 일단 반촛불세력의 위세를 꺾는 일이 선결조건이지만 입법부의 발본적인 쇄신이라는 조건마저 채워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는 그동안 우리 국회와 선거제도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온 양대 정당 과잉대표성이 더 굳어졌으며, 그것도 민주당과 미통당의 실질적인 짬짜미를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입법부 개혁에 필요한 범개혁세력 연대의 폭이 오히려 좁아졌습니다.

민주당에도 이런 결과에 당혹해하는 이들이 없지야 않겠지요.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아픔’을 기억하며 신중과 겸손을 다짐하는 것만으로는 촛불국회 형성의 남은 과제를 감다할 수 없을 겁니다. 먼저 필요한 것이 ‘겸손’보다 ‘참회’이고 지금이라도 기득권을 내려놓을 구체적인 정책들입니다. (정책과 의지만 있으면 입법화할 의석수는 확보돼 있지요.)

180석의 거대야당이 과연 그걸 해낼까요? 저는 의원들에게만 맡겨놔서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당내에서 국민의 다음 심판대상이 누굴지를 아는 강력한 리더십이 나타나고 촛불시민들의 다각적인 압박이 가세해야 겨우 될 일입니다.

그러니 환호할 만큼만 환호하고, 당혹해할 만큼은 당혹해하면서, “우리의 언어를 초과하는 현실에 더 겸허해지고 거기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해가는 노력”을 각자가 지성스럽게 계속해야겠지요.

 

202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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