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산불에 관한 매우 의미있는 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한없이 늦어져 국민들이 혼란과 울분에 쌓인 가운데, 그나마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판결에서 원심을 뒤집는 ‘무죄’가 나온 것이 가뭄 중의 단비와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 사이에 무섭게 진행해온 경남 산청, 경북 의성, 안동 등지의 산불은 더 많은 단비를 애타게 기다리게 합니다. 목숨을 잃은 분도 전에 없이 많이 나왔고요.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재난 피해자들의 안녕과 최대한의 일상 복구를 기원합니다.
몇주전 <창비주간논평>에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가 산불에 관해 매우 의미있는 글을 발표했습니다. 미국 로스앤젤스 일원의 대형 화재 직후였고 2년 전의 강릉 화재를 상기하며 재난이 언제든지 또 일어날 수 있음을 경고했지만, 이토록 빨리 새로운 대형 산불이 닥칠지를 예측하고 쓰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지금이라도 홍교수의 폐부를 찌르는 말씀을 아로새길 필요가 있겠습니다. 예컨대—
“불을 가장 잘 알고, 가장 잘 끄는 기관은 소방청이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대형 화재가 발생하면 불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산림청이 소방청을 지휘한다. 화재 이후에도 모든 예산은 산림청에 집중되고, 산림청의 산불예방 대책은 앵무새처럼 반복된다.”
“최근 우리나라 모든 대형 산불 지역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공통점이 있다. 소나무림 우점지역이면서, 활엽수 어린나무들을 베어낸 소위 ‘숲가꾸기’ 사업이 진행된 숲이라는 점이다. 대형 산불은 모두 자연의 흐름을 역행하며 세금이 투입된 지역에서 발생했다. 결국 대형 산불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세금의 투입으로 인해 발생한, 산림청의 잘못된 정책에 의한 인재에 다름 아니다.”
“올해도 역시나 작년과 같이 ‘불덩이 여름’을 맞이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기에 1.55℃라는 수치[2024년 지구 평균온도 상승 수치]는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소리 없이 조용히, 그리고 빠르게 이뤄진 온도 상승과는 달리, ‘재난’은 거대하고 요란하게 밀려와 온 세상을 근심에 휩싸이게 한다. 극단적 가뭄과 폭우, 폭염과 한파가 몰아치면서 대형 화재와 홍수, 산사태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 모든 것이 어쩔 수 없는 자연발생적 재난이라 외면하려 하지만, 현실은 우리 스스로 행동한 것들의 반작용일 뿐이다.”
아, 언제 내란이 완전 진압되고 재해대책에도 시민의 양식과 지혜가 존중되는 세상이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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