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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메가프로젝트와 적응과 극복의 이중과제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의 이종란 상임활동가의 2026년 8월 13일자 <창비주간논평>을 공유합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다시피 ‘반올림’은 2007년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 대책위로 출발하여 이후 지금 이름으로 바꾸고 10여년의 끈질긴 투쟁을 통해 2018년에 회사로부터 처음으로 공식적인 사과, 보상, 재발방지책을 받아냈습니다.그후로도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위해 소중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런 단체의 입장에서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가 속도전을 넘어 ‘전격전’으로 나가고 있으니 우려가 커지는 게 당연합니다. AI강국 3위를 향한 초대형 프로젝트가 그동안 ‘반올림’과 우리 시민들이 힘을 합쳐 그나마 이룩해온 성과를 일거에 되돌린다면 이는 ‘국민주권정부’나 이재명 대통령으로서는 처참한 결과가 되겠지요. 따라서 칼럼 결론부분의 “생명과 건강을 소모해가며 이룩할 국가경쟁력 따위는 없다. 그래서 치열하게 더 싸울 수밖에 없다”는 선언에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인간의 한가한 소리로 들릴지 모르지만, 메가프로젝트 자체를 포기할지 말지는 조금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봅니다. 저는 일찍부터, 어차피 자본주의 근대라는 현실 속에 던져져 살아가고 있는 이상, 실효가 의심스러운단순 반대나 이탈 노력보다 주어진 현실에 일단 ‘적응’하면서 그 ‘극복’을 도모한다는 ‘이중과제’를 주장해왔습니다. 실은 이것이 자본주의 체제에의 ‘순응’ 내지 ‘투항’을 포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요.

이제까지 우리가 얼마간 친숙했던 규모와 속도와 금액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기획을 만나면서 ‘근대적응과 근대극복의 이중과제’라는 명제도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 느낌입니다. 동시에 예의 명제가 한가한 학술적 가설이 아니고 그때그때 목숨을 걸고 점검해야 하는 방안임을 실감합니다.

메가프로젝트 추진자들은 우리가 이런 도약의 기회를 놓치면 현상유지에 머무는 게 아니라 날로 격화되는 국제경쟁에서 낙오하리라고 주장합니다. ‘적응과 극복’은커녕 적응 자체에 실패한다는 것이지요. 이는 그야말로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공부하여 진실 여부를 판단할 문제입니다.

속도전이냐 속도조절이냐 하는 문제도 자본주의 세계체제 속에서 어느 한 국가가 마음대로 선택하는 일이 아니지요. 백무산 시인의 표현대로 우리는 “그만 내리고 싶어도 내릴 수 없는 기차”(백무산 시집 <누군가 나를 살아주고 있다>, “기차에 대하여”)를 타고 있는 것입니다.

비유를 약간 바꾸면 최저속도 제한만 있다는 독일의 고속도로 아우토반(Autobahn)처럼 일정 속도 이상을 달리지 못하면 아예 진입이 불가능하며, 진입후 얼마나 빨리 달려야 적정 성과를 낼지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기업, 외국기관, 그리고 새로 진입을 노리는 나라와 기업들의 역학관계 속에서 결정되는 사항입니다.

그렇더라도 “생명과 건강을 소모해가며 이룩할 국가경쟁력 따위는 없다”는 것은 외면할 수 없는 진실입니다. 다만 삼성만 해도, 반올림 따위는 상대도 않겠다고 버티가 결국 상대를 하게 됐고 ‘무노조 경영’을 포기하고 노조을 인정했으며 이재용 회장은 경영권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겠노라고 약속한 만큼, 메가프로젝트에 대한 엄청난 국가적 국민적 지원과 예상되는 어마어마한 이윤을 활용하여 기업의 성장뿐 아니라 새로운 기업문화의 창출을 시도할 절호의 기회일 듯합니다. 대통령의 90도 인사에 보답하는 길이기도 하지요. 물론 이재용 회장이나 삼성전자의 선의에 맡겨둘 문제는 아니고, 반올림을 포함한 시민활동가들과 빛의 혁명 주역들인 깨어있는 시민, 그리고 ‘국민주권정부’의 성패를 걸고 일대 승부수를 던진 걸로 보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강력하고도 지혜로운 관여가 필요한 대목입니다.

 

 

 

2026.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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