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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지난달 말 저는 이 공간을 통해 민주당의…”

지난달 말(2월29일) 저는 이 공간을 통해 민주당의 위성정당 추진을 비판하면서 ‘지역구에서 민주당의 선전(善戰)과 비례대표에서 개혁적 군소정당의 약진’을 겨냥한 유권자들의 전략적 투표를 제안한 바 있습니다. 그후 민주당은 이른바 진보진영 원로들의 제안을 수용하는 형식으로 미래통합당을 판박이로 따르는 모양새를 그나마 좀 피하고 녹색당 등을 앞자리에 배치하는 등 약간 덜 볼썽 사나운 길을 택하는 듯했습니다. 그러다가 그것마저 박차버리고 완전히 민주당 주도의 비례정당 결성을 선택했다는 것이 최신 보도입니다.

경향신문 양권모 편집인의 “비례대표를 뽑기 위한 정당투표에서 거대 정당의 위성정당을 빼고 투표하면 된다”는 처방은 ‘비례대표에서 개혁적 군소정당의 약진’이라는 저의 주장과 일치합니다. 다만 표현이(그간의 사태진행도 있고 저보다 젊은 분이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한층 신랄하군요.

표현문제와 별도로 ‘지역구에서 민주당의 선전’을 응원하는 데 대해 양 편집인이 어떻게생각하시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제 주변에서 저의 애초 발언에 공감했던 분들 가운데는 민주당의 행태가 너무 저질스러워서 지역구에서도 ‘폭망’하는 꼴을 봤으면 한다는 이도 없지 않습니다.

저는 거기에는 동조하기 힘들고 원래의 입장을 고수할 생각입니다. 물론 ‘민주당의 선전’을 응원한다는 것이 ‘지역구에서는 무조건 민주당’이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와는 다릅니다. 미통당의 당선을 저지할 가장 유력한 후보를 밀어주자는 것이고(실제로는 민주당 후보 찍어주기가 되기 십상이지만 지역에 따라 반드시 그런 건 아니겠지요), 호남에서는 누구를 찍든 미통당이 어부지리를 얻을 확률이 낮습니다. 사람을 보고 선택할 여지가 있는데 그건 호남인들이 피 흘려서 쟁취한 특권이지요.

민주당 응징이 일차적인 목표가 될 수 없는 것은 우리의 목표가 여전히 ‘촛불국회’이기 때문입니다. 촛불국회는 미통당이 제1당이 안 되는 정도가 아니라, 촛불 이전에 구성된 입법부에서 반촛불세력이 누려온 비토권이 사라졌거나 약화된 국회를 뜻합니다. 민주당이 몇석을 차지하느냐가 핵심이 아닌 거지요. 다만 현실적으로 민주당의 선전 없이는 달성할 수 없는 목표이기도 합니다.

그 목표를 위해 민주당과 민생당, 정의당 등 ‘4+1’ 개혁입법 연대에 참여했던 세력이 지금이라도 비례정당 논의를 털어버리고–민주당 쪽에서는 불참세력의 결정을 존중하고 불참 정당들은 비판을 하더라도 지나치게 적대적인 발언을 자제하는 형식이 돼야겠지요–21대 국회에서 어떻게 협력할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으면 합니다. 가령 (30석 ‘캡’ 장치에 대해 이미 그랬듯이) 비례위성정당은 이번이 마지막이고 차기 국회에서 선거법 추가개정을 하기로 약속한다든가, 그밖에 기후위기라든가 청년들의 정치진출에 관해 어떻게 공동노력을 하겠다든가 하는 식으로요. 비례정당에서 한 석씩 얻어낸 정당들과 다 뭉쳐봐야 안정된 국정운영은 안 될 테니까요.

3당(또는 그 이상의 정당) 간에 협의가 잘 돼서 당장 21대 총선의 지역구 사정에 따라 후보연합까지 갈 수 있다면 촛불비토세력의 당선을 더욱 줄일 수 있겠지요.

지금 코로나-19 국가비상사태로 많은 사람들, 특히 없는 사람들일수록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만, 그런 가운데도 평범한 국민들의 건전한 상식과 선한 기운이 곳곳에서 솟아나고 있습니다. 그동안 촛불시민의 연대의식과 선의를 내내 짓밟아온 세력에 대한 심판은 이런 기운으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여당이 ‘야당심판’을 외치며 자신들을 제1당으로 만들어달라고 호소해봤자 ‘여당심판 대 야당심판’이라는 ‘정쟁’이 될 뿐이지요.

민주당 지도부나 의원들도 ‘제1당’이라는 근시안적 목표를 넘어 ‘촛불정당으로의 환골탈태’라는 목표 쪽으로 마음 한번 크게 돌리시면 어떨까요?

 

202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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