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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달라진 언론생태계와 언론개혁

언론중재법을 두고 언론단체와 이른바 레거시 언론(전통과 평판을 확보한 기성 언론) 그리고 상당수 왕년의 언론자유운동가들조차 반대 일색입니다. 이런 마당에 오마이뉴스에 실린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의 글은 이색적입니다. 그것이 매우 이색적이라는 사실, 그리고 ‘시민기자’ 명의로 <오마이뉴스>라는 매체에나 실렸다는 사실이 어쩌면 우리 언론계의 현황을 잘 보여주는지 모릅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5.18특별법이 통과됐을 때 한국의 민주화를 일관되게 지지했던 미국의 어느 지인과 그의 지인(둘다 법률가)이 이 법이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전해온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그 법이 제정되기까지 잇달아 나왔던 5.18을 심하게 왜곡하고 모독하는 발언 일부를 알려주면서, 독일에서 일찍부터 유대인학살(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발언만 해도 형사처벌하는 법률을 만들었는데 그건 어떻게 보느냐고 되물었지요. 다행히 그분들은 한국사회의 개혁을 반대하고 문재인정권을 타격하려는 고정목표를 지닌 인사가 아니었기에, 제 말에 쉽게 납득이 되었습니다. 이봉수 교수가 상세히 논하고 있는 일부 국제기구들의 반대의견의 경우는 중간에 전달하는 국내인사의 문제도 있겠고 어쩌면 저들 해외인사들 자신의 문제도 있을 듯합니다.

국내외의 역사를 살피건대 개혁다운 개혁을 하려 했을 때 현업 인사들이 반발하지 않은 예가 드뭅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검찰개혁에는 검사들이, 사법부개혁에는 판사들이, 의료개혁에는 의사들이 맹렬히 반발했고 지금도 반대 중이지요. 언론인들은 자신을 검사, 판사, 의사들과 동일시하는 건 부당하다고 할지 몰라요. 전혀 무근거한 항변은 아니지만 절반의 진실에 불과합니다.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검사들도 모두 누구처럼 부패하고 권력화된 검사가 아니지요.) 무엇보다 언론의 생태계가 지난 몇십년 사이에 엄청 달라져서 왕년의 언론자유운동 단체나 인사들이 활약하던 시대가 아니거든요. 현업인들이 더는 자유와 정의를 위해 목숨을 거는 ‘사회의 목탁’들이 아니게 되었지요. 오히려 어려운 시험에 합격해서 안정되고 힘있는 직장에 입성했고 ‘비판적 지식인’의 자부심마저 누리며 사는 직장인이 대부분입니다.

그중에서 열심히 정직한 탐사와 보도 활동을 수행하는 현업인들이 논의중인 법안 통과로 얼마나 위축될 것이며 그 결과가 피해구제의 길이 마련되는 시민들이 받을 혜택을 얼마나 초과하는지는 제가 잘 모르는 영역이지요. 언론개혁의 대의에 동조하는 언론인들과 언론학자들이 ‘헌법적 가치의 훼손’이니 ‘여야 협치의 파괴’ 같은 프레임을 벗어나서 진지하게 논의할 일입니다. 아무쪼록 기성 언론계가 이봉수 교수와 같은 분의 의견에 문을 활짝 열고 사심없는 토론을 해보면 좋겠습니다.

 

202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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