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여름호(통권 192호) 발간 소식을 공유합니다. 저도 아직 일부밖에 못 읽었습니다만 창작란과 특집 평론들, 대화, 논단, 그리고 최근에 타계한 채현국, 백기완 선생에 대한 추모글 등 꽤 풍성해보입니다.

특집의 문학평론 세 편–백지연 “삶의 전환을 꿈꾸는 돌봄의 상상력: 황정은과 이주혜 소설을 중심으로”, 김태선 “팬데믹시대의 목소리를 함께 듣는 일”, 정주아 “일인칭 글쓰기 시대의 소설”–은 모두 읽을 만한데 오늘은 좌담 “지방 소멸, 대안을 찾아서”를 중점적으로 소개할까 합니다.

내년 3월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창비는 ‘2022 대선, 대전환의 과제’라는 연속기획을 하는 모양인데 그 첫번째가 이 대화입니다. 창비 부주간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가 사회하고 김유화 한국여성의정 전문위원(전 여수시의원), 이관후 경남연구원 연구위원,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가 동참했습니다.

지방실정에 어두운 저 같은 사람은 너무나 배운 것이 많았는데 식견이 더 있는 분들도 ‘지방 소멸’의 현실과 전망, 가능한 대안 등에 대해 한번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정리하는 기회가 되실 겁니다.

제가 특히 주목한 점, 떠오른 생각을 두어가지만 말씀드리지요.
하나는 ‘국토의 균형발전’과 ‘지방의 특성화’ 문제입니다. 지방마다 모든 것을 다 하려 들기보다 가장 잘하는 몇가지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특성화’ 논리가 아주 틀린 건 아니지요. 하지만 지방마다 사람이 살 만한 기본여건은 갖춰놓고 추진하는 특성화라는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각각의 지역들이 작더라도 종합적인 역량을 갖추어야 해요. 교육과 일자리가 사람들이 이동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문제들이 해결되려면 결국 문화, 서비스업, 보건의료, 돌봄 같은 역량이 지역에 골고루 발전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거기 살 수 있거든요.”(이관후, 230면)

김유화 위원도 이에 동의하면서 코로나19 이후로 사람들이 서울로만 몰려들지 않고 지방에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해주는 일이 더욱 절실해졌음을 지적합니다.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방에 사는 삶이 행복해야 합니다. 교육과 보육의 문제, 일자리 문제 등 지역에서의 삶의 질이 향상되면 굳이 서울로 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삶과 환경이 중요하고, 그만큼 지역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을 텐데요. (…)”(259면)

그렇습니다. 아파트단지 지어놓고 상가와 최소한의 교통시설 그리고 기껏해야 인근에 초중등학교 정도 마련해주면서 특성화된 지역산업을 발달시키고 살라는 것은, 아파트단지에 산업시설로 출퇴근할 교통편만 준비해놓고 지방생활을 계속하라는 거나 크게 다를 바 없는 무리한 요구지요.

다른 하나는 수도권 인구집중으로 현재의 정치체제에서는 정당과 정치인들이 지방의 사정을 고민할 인센티브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일반시민들, 특히 영향력있는 진보적 지식인들 중 점점 많은 수가 평생을 수도권에서 살기 때문에 “지역인지 감수성”이 매우 낮고 “굉장히 서울중심주의적”(이관후, 253면)이라는 문제점이 가세합니다. 한마디 덧붙인다면 저는 지식인들의 ‘서울중심주의’가 근대 지식계 전반에 걸친 ‘서구중심주의’와 한몸을 이루기에 자각증상이 더욱 무디게 마련이라고 믿습니다. 정치의 변화와 함께 사상과 교육의 대전환도 필요한 시점입니다.

참석자들은 정준호 교수의 “순환형 초광역 경제권”(257면) 구상을 비롯해 여러가지 대응방안을 논의합니다. 단순히 지역소멸 현상을 개탄만 하지 않고 정치제도, 예산 책정과 집행 방식, 남북협력 과정에서 지방의 참여 등 구체적인 대안과 이미 진행중인 개선노력들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점이 이 대화의 미덕인 것 같습니다.

마침 계간 창비 웹사이트에서 ‘무료공개’ 항목의 하나로 제공되어 있으니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링크>

끝으로 대화에 이어지는 논단에 전강수 교수가 기고한 “부동산공화국을 넘어 땀이 대우받는 세상으로 가는 길”을 함께 읽으시면 더욱 유익하리라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2021.5.29.
https://www.facebook.com/paiknc/posts/4063927560309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