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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진정한 ‘촛불연합의 재구성’을 위해

방금 나온 <창작과비평> 2022년 여름호의 머리말 앞부분에 해당하는 강경석 문학평론가의 시평을 링크합니다. 촛불정부 2기 구성이 실패해서 많은 분들이 촛불이 아예 꺼진 것 아닌가 하고 허탈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촛불혁명은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자칫 정신승리로 오해될지도 모를 주장을 차분히 펼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깊이 공감하는 주장인데 두어가지 세부적인 점을 더 정교하게 다듬으면 한결 설득력이 높아지지 않을까 합니다.

먼저 ‘촛불연합의 재구성’을 요구할 때 그 셈법이 더 정밀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박근혜탄핵에 가담하거나 지지한 세력은 80%로 계산되기도 했는데 그 중에는 박근혜가 살아 돌아오면 자기들이 죽는다는 인식을 가진 새누리당 내부의 이탈세력도 포함되었습니다. 그들은 ‘촛불연합’과는 거리가 멀지요. 실제로 이탈자 대다수는 박근혜탄핵이 확정되고 대선이 끝난 뒤 대부분 복당했고 지금은 거의 전원이 국민의힘 당원이 되어 있습니다.

대선 득표율을 따질 때도 민주당과 정의당 정도를 ‘촛불연합’이라 불러줘서 무리가 없습니다. 안철수 후보가 그때는 야당을 표방했으니까 그의 득표율 중 일부를 가산할 수도 있지만, 안후보 자신은 애당초 ‘촛불’에 냉담했고 지금 어떤 지경에까지 갔는지는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70% 촛불연합’은 과장이며, 이게 유지되지 못했다고 문재인정부를 탓하기에 편리한 프레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나저나 2017년 연합세력의 단순 재구성은 불가능한 목표입니다. 촛불혁명이 혁명인 이상 그 진행에 따라 애초의 지지세력 내에 분화가 일어나게 마련이고 혁명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이탈하거나 적극적으로 등을 돌리는 인사들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손실을 보충하는 길은 촛불의 기운을 더욱 진작시켜 새로운 지지자를 길러내고 오래된 지지자의 열정을 한껏 북돋우는 것이겠지요. 그 일을 제대로 못해낸 것이야말로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실패요 책임입니다. 우리가 ‘촛불연합의 재구성’을 추구할 때도 바로 그 점에 주목하여 진정한 ‘재구성’을 이뤄내야 합니다.

한군데 더 토를 달고 싶은 것은, “어차피 3김시대와 같은 상징적 리더십의 시대는 다시 오기 어렵다. 민주사회에서 현실정치는 모든 것을 갖춘 한명의 성인군자가 하는 게 아니라 다수의 대리자가 권한을 위임받아 수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예의 기득권연합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다수’를 조직하는 촛불연합의 재구성이 정치과정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라는 대목입니다.

3김이 성인군자도 아니었으려니와, ‘성인군자의 상징적 리더십이냐 새로운 다수의 조직화냐’라는 양분법은 원만한 대응책 발굴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다수를 제대로 조직화하기 위해서도 정치적 리더십–물론 3김시대와는 다르지만 지금 시대에도 지금 나름으로 “하나의 시대정신을 대변하면서 의제를 던지고 중지를 모아 이끌고 나아가는 구심적이고 가치 형성적인 리더십”–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저는 지난번 대선패배의 와중에 그러한 리더십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 큰 소득이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습니다. 물론 가능성이 얼마나 현실화될지는 지켜볼 일이고, 그런 리더 역시 우리들 다수의 ‘머슴’이라는 주인의식을 가진 시민이라면 그가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다그치는 일을 마다않아야겠지요.

 

2022.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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